어느 날부터인가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가 한창 일이 바쁘고 몸이 피곤할 때라 아무래도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방문했다. 늙은 의사는 귀를 한번 들여다보고는 귀에는 이상이 없다며 다 스트레스 때문이니 스트레스받지 말라고만 했다. 그러면서 혈액순환 개선제를 처방해 주었다. 하지만 별 차도는 없었고 언뜻 이명에 적응하는 듯도 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이명은 없어지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여러 이명 치료 방법을 수도 없이 검색해 보았고 좋다는 혈자리를 마사지하고 하품귀라고 귀에 압력을 주는 운동도 해보고, 목빗근도 수시로 풀고 정말 따라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
3개월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는데다가 조금씩 증상이 악화된다고 느껴졌다. 동네에서 좀 더 크고 인기 있는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두 시간 여를 대기해서 진료를 보고 청력검사를 했다. 차음실에 들어가서 소리 날 때마다 버튼도 누르고, 귀 압력도 체크했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청력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이명을 듣지 말라고 했다. 들리는 걸 듣지 말라고 하다니 어떻게 하는 건지 쉽게 감이 잡히질 않았지만 아마도 계속 의식하면 더 들린다는 의미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장 조용할 때 그러니까 잠들기 직전이 가장 이명이 심한데 이럴 때도 조용한 환경에 노출되지 말고 이명을 다른 소리로 덮으라고 했다.
유튜브에 있는 이명 차폐음은 삑삑거리는 고주파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명과 함께 다른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해서 백색소음 ASMR을 주로 들이며 잠을 잤다. 그렇다고 이명이 안들리는 것도 아니었고 하루 이틀 새 나아지지 않을 걸 알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증상은 악화되기만 했다.
한의원에서 침 맞기
친구 어머니가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는 이명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한의원에 갔다. 여기서는 처음에는 간의 문제라고 했다가 자궁 건강이 영향을 줄거라고도 했다. 어쨌든 귀에서 가장 먼 발에 침을 맞았다. 당일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 다음날 오전에 살짝 괜찮아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이명소리는 커졌다.
대학병원에서 내린 결론
더이상 차도가 없자 대학병원에 가기로 했다. 명의로 소문난 교수님들이 있는 병원은 대기가 굉장히 길었다. 그래서 이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이대서울병원, 여기는 사실 2차 병원이긴 하지만 그래도 큰 병원이고 교수님이 진료를 하니깐 동네 병원보다는 나을 것 같아 방문했다.
역시나 진료를 보기 전에 청력검사를 했다. 차음실에 들어가서 다양한 검사를 했는데 들리는 단어를 그대로 말하기도 하고, 비슷한 이명소리를 찾는 검사도 했다. 1분동안 바람소리를 듣고 이명이 사라졌는지 말하는 검사도 있었는데 어차피 나는 양쪽에서 다 이명이 들려서 한쪽 귀 별로 하는 검사가 굉장히 어려웠다. 어차피 이명은 나만 듣는 거니 내 대답에 의존해 검사가 이어지는데 이게 정확하게 대답하는 건지 나로서도 확신할 수 없었다.
드디어 만난 교수님은 날 보자마자 바로 '아직 나이도 젊으신데 노화로 인해 이명이 생겼다'며 더 이상 고치려 들지말고 받아들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가 해서 몇 번을 되물었지만 노화로 인해 고주파 영역의 청각세포가 손상되었고 그래서 소리가 없어진 공간 때문에 이명이 들린다는 것. 이명 때문에 고주파 소리를 못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원인과 결과가 반대였던 것이다.
내 몸에서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화를 논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인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 대비해서 노화가 빨리 왔다는데 평소에 소음이 심한 환경에 거의 노출되지도 않고 이어폰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음악도 크게 듣지 않았는데 억울했다. 이걸 평생 그냥 안고 살아야 한다니.. 근데 그냥 원인을 찾고 나니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도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이제는 귀에 집착하지 말고 이명재훈련으로 최대한 이명을 무시하면서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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