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오래된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넓은 이마였다. 이마의 길이도 높고 폭도 넓어서 정말이지 광활한 이마여서 어릴적부터 컴플렉스라 항상 풀뱅의 앞머리를 유지했는데.. 앞머리 관리의 귀찮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겨우 앞머리로 사수한다고 해도 바람이라도 한번 불라치면 훤히 드러나는 황비홍같은 이마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탈모약도 발라봤는데 이마고민이 그리 심각한건 아니라면 이거 효과가 있다!! 이마 M자 모양인데 모서리부분에 잔머리가 나면서 커버는 된다. 하지만 이마의 전체적인 높이는 커버할 수가 없었고 할 수 있는 헤어스타일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유튜버가 이마축소수술을 하고 나타난걸 등장하고 나도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마축소수술 상담
검색해보니 이마축소로 유명한 몇몇 병원들이 나왔다. 수술이라는 큰 결심을 하고나니 당장 빨리 해치우고 싶었는데 유명한 병원 원장님들은 상담일정마저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강남과 신논현에 있는 병원 두군데에 상담예약을 걸었는데 첫번째 찾아간 곳에서 상담하자마자 바로 수술날짜 예약까지 해버렸다. 마음 먹은김에 빨리 하고싶은 마음도 있었고 상담내용도 마음에 들었다. 당시 원장님은 수술 일정이 굉장히 많으셨는지 수술복 입고 상담해주셨는데 나의 넓은 이마를 보며 뭔가 줄여주고 싶어하는 의지가 느껴졌달까...
힘들었던 수술당일과 실밥 뽑기까지의 일주일
수술은 한시간 남짓 걸리고 당일퇴원이 가능하다. 원장님 가장 컨디션 좋으실때 하고싶어서 오전시간대로 잡았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이마에 마구 그림이 그려진채로 수술대에 누웠다. 수면마취인데 수술 막바지에는 의식이 있었다. 첨엔 소리도 들리고 뭔가 내 이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전혀 아프지는 않고 그냥 의식만 깨어 있는 상태. 그래서 깼다고 말하니 원래 그런거라고 거의 다 되었고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도 내발로 걸어서 갔는데 영화처럼 눈코입만 빼고 온통 붕대가 감겨져 있는 상태였다.
붕대가 있는 채로 퇴원하고 다음날 다시 내원해서 붕대풀고 드레싱하기로 했다. 너무 멀쩡해서 진짜 별거 아니구나 진작 할걸 싶었다. 그땐 죽음의 밤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취가 깨고부터 죽음이었다. 괜찮다던 사람도 있었는데 난 너무 힘들었다. 난 무려 2cm를 줄였는데 그러다보니 당기고 어지러운 증상이 다른 사람보다 더 했던듯 했다. 다음날 병원가서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주사놓아주며 일단 하루는 병원에서 준 약을 먹지 말라고 했다.
2cm나 줄어든 이마, 비포 앤 애프터


붕대 풀고 드레싱을 하고나니 프랑켄슈타인 같은 내 이마의 절개부위가 드러났다. 굉장히 징그럽다. 그리고 이때부터 실밥을 뽑을 때까지 머리를 감을 수 없다. 다음날부터 머리 감을 수 있다는 병원도 있었는데 내가 수술한곳은 웬만하면 물 닿지 말라고 해서 무려 일주일을 드라이샴푸에 의지해 살았다. 당시엔 코로나가 심했던지라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그나마 가능한 일이었다.
비포버전의 내 이마길이는 9.3cm다. 엄청 평균 이상의 길이인데 두피 탄력도를 보고 수술하면 1.5cm 정도 줄일 수 있을거라고 들었다. 수술 들어가기 전에 의사 선생님이 최대한 줄여보겠다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거의 1.9~2cm가 줄었다. 그렇게 많이 줄인만큼 많이 아팠다. 부을까봐 최대한 머리를 높게하고 자라고 해서 베개 여러개에 기대어 잤는데 사실 첫날은 거의 잠을 못잤다. 병원가서 주사 맞고 약도 잠깐 끊고 했더니 서서히 통증과 울렁거림이 줄어들었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되는데는 3일 정도 걸렸다. 하루만에 당일 수술하고 다음날 출근할 수 있다는 말은 일단 내 경험상은 힘들 듯 하다.
수술을 하고나면 두피에 감각이 없다. 정수리까지 두피 자체를 박리해서 앞으로 가져와 꼬매는거라 박리했던 부분이 감각이 없는건데 이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기 까진 굉장히 오래 걸렸다. 6개월 이상은 내 머리가 아닌 느낌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당기는 느낌도 3개월 이상 그냥 안고 살아야 했다.
수술 한달 후


실밥 뽑고나면 말끔할 줄 알았는데 실밥이 있던 자리에 피가 나서 그 피가 딱지처럼 앉아버려서 그 딱지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데도 한참을 걸렸다. 그동안은 모자를 쓰거나 모자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런식으로 깻잎머리로 이마라인이 안보이게 덮고 다녔다. 그리고 흉터 생길까봐 정말 주구장창 흉터연고를 발랐다. 흉터가 처음엔 빨갰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하얘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하얀선이 자세히 보면 보일정도다. 실밥 뽑은 부분이 빨개도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았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날엔 컨실러로 커버하고 다니기도 했다.
이마축소수술의 후유증 탈모
그 엄청난 고생을 하며 당긴 부분에 두피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나 탈모가 왔다. 이때를 생각하면 진짜... 그 고생을 해서 이마라인을 줄여놨는데 딱 그만큼 봉합부위에서 1cm 정도 머리가 다 빠져버렸다. 이땐 사진을 찍으면 다시 원래대로 였는데 여기에 봉합한 부위는 빨간 선까지 있어서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다. 그래도 일시적인 현상일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탈모약을 발랐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한올 두올 아주 소중한 모근이 살아나는게 눈에 보였다. 분명 잔머리까지 살려준댔는데 원래 머리까지 빠져서 멘붕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현재는 빨간선이 하얀선으로 바뀌고 그 윗부분은 원래대로 빽빽하게 머리가 났다.
